[엄마는호텔리어] 이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엄마는호텔리어] 이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 엄마는호텔리어
  • 승인 2020.05.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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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탈출이 무조건 답이 아닌 이유
[글] 정예나 호텔리어
[글] 엄마는호텔리어

굳이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내가 해외생활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들은 그동안 많았다. 나는 세상에는 흑과 백보다 다양한 종류의 회색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사는 동안 아주 나쁘기만 했다고 이야기 하진 않겠다. 아주 좋은 점도 있었고 조금 좋은 점도 있었으며 나쁜 점도 그 정도가 다 달랐다. 다만 만 2년을 보내고 나서 나는 도무지 뉴질랜드 정부의 마케팅에 속아 내가 그들의 비자를 샀구나라는 생각을 떠나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이유를 적어보려 한다.

*참고로 나의 상황은 그래도 남들의 비해 훨씬 수월했다. 영국계 대학 학위가 있어 취업도 수월했고 그래도 뉴질랜드에서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영어도 아주 어려서 부터 했기에 언어적인 불편함은 전혀 없다. 상황이 좋아 집도 잘 구해졌고 나름의 혜택도 많이 받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낀점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나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내가 악조건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다. 영주권을 받는데에도 남들 보다 수월하고 장애물이 많이 없었던 나애 상황에서도 이런 단점들을 느낀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다.*

 

# 결국 국가도 하나의 기업과 같다. 비자 서비스를 고가에 판매한다.

이민이나 유학 컨설팅에 가면 한국에는 없는 그 나라만의 장점들을 환한 얼굴로 이야기해주는 컨설턴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민을 향한 달달한 꿈같은 케이크 위에 슈거파우더를 얹어 대접을 해주는 셈이다. 상담을 받을 때에는 깨닫지 못했다. 결국 그들도 세일즈맨이라는 것을..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이민을 온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실업률이 극에 달하여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정말 없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인도나 중국 같은 경우는 공기 오염도 심하고 넘쳐나는 인구에 부대끼기 싫어서 뉴질랜드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도는 아직도 존재하는 계급 및 그들의 폐쇄적인 문화의 단점.. 단적인 예로 나와 가장 친했던 회사 동료가 필리핀에서 왔는데 인도 남자를 만나 결혼하려고 인도에 가서 겪은 (그들 입장에서) 외국인을 향한 차별에 관련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의 보수적인 문화 같은.. 꼰대 같은 어른들의 잣대에 난도질당하는 젊은 이들은 특히 더 탈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친구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모두 영주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기본시급 18불부터 시작하여 25불 이상은 벌 수 있어야 신청 조건이 되고, 영주권 신청 비용은 3000불 가까이 된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고 싶은 지원자들은 변호사나 법무사를 쓰게 되는데 그 비용은 대게 7000불 이상이다. 하여 영주권 신청하는데 만불 이상 쓰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월세도 아닌 주세를 내는 이곳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보통 600~700불을 매주 내야 어느 정도 살만한 집을 구할 수 있다. 싱글인 친구들은 250~350 사이를 보통 내는데 매주 그렇게 내다보면 1년에 내야 하는 월세 및 그 외 생활비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하는 셈이다. 워크 비자도 쉽게 내어주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뉴질랜드가 아닌 해외 경력은 인정을 해주는 경우가 많이 없을뿐더러 비자 법률이 강화되어 1년씩 계속 추가로 비자를 발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학위를 따면 취업비자를 준다는 이야기에 2만 불씩 내면서 대학 또는 대학원 코스를 듣고 취업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학비는 학비고 그 학교가 꼭 만족할 만한 취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얘기하는 '만족할 만한'이라는 것은 영주권을 바로 신청할 만한 정도의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원을 나와도 인턴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영주권의 꿈을 안고 뉴질랜드에 온 사람들은 많으나 끝까지 그 뜻을 이루는 사람들은 정말 드물다. 그리고 문제는, 그렇게 자국에서 뉴질랜드로 오고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현실들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민이나 유학 컨설턴트 들을 그저 대략적인 국가적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할 뿐.. 결국은 영주권을 얻고 싶은 당사자가 다 알아서 할 수밖에 없게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요양 보호사가 영주권 따기가 수월해졌어요.."라고 하자. 그 말에는 요양보호사가 무조건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그 자격을 딸 수 있는 과정을 졸업 후 취업도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영어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영어 잘 못해도 취업한다는 말은 정말 무모하게 짝이 없는 것이다. 유학이든 취업이든 영주권이든.. 그 모든 과정에는 단순히 비자 비용이나 학비만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인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추가 비용들이 수두룩하게 발생을 한다. 물가가 싸지도 않은 나라에서 소비만 엄청나게 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살 집을 구할 때 조차도 누군가의 Reference가 필요한데 처음 집을 구하는 외국인은 그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전에 집을 빌렸던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조건이 좋지 않은 집을 선택해야 하고 그나마도 영어에 서투르다시피 보이면 나쁜 중개업자들은 보증금도 여러 이유에서 떼어가 버린다. 오클랜드는 새로 짓는 집들도 있지만 다른 도시들은 주거개발이 거의 없어 그 비싼 월세에도 집을 구하는데 경쟁률이 높다. 그래서 집주인들의 횡포도 만만치 않다. 집을 나갈 때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감에도 불구하고 샤워부스에 물 때가 꼈다고 보증금을 깎아 버리기도 한다.

호구 고객님이 된 것 같은 느낌.. 비자도 돈 많이 내고 사놓고 막상 와서 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지출만 잔뜩 늘고 있는 현실이다.

 

# 사회복지국가의 장점도 많지만, 자본주의와 같은 기회는 많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뉴질랜드 전체 고용인구의 15%를 차지했던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할 위기에 놓이자 (또 실제로 실업하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관광 및 식음료 등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큰 비즈니스에 종사한 사람들에게 기본급여를 12주간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두 달 더 늘리겠다는 방안까지 발표한 상태다. 조건이 좀 좋은 회사들은 기본급여에 본래 받던 급여의 80%까지 채워서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일을 꼭 할 필요는 없다. 일을 하던 안 하던 받는 금액이다. 많은 친구들이 역시 사회복지국가라며 좋아했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물론, 영주권자로 산다면 아이들에게 만 18세까지 나오는 양육수당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딱 먹고 살만 큼만 보장해 준다. 일 거리도 다양하지 않고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않다. 세금 비율도 높기 때문에 연봉협상을 잘해서 원하는 금액에 맞추었다 하더라도 실수령액은 조금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땅덩이가 넓고 인구가 적어 자연환경과 인프라 등을 여유 있게 누린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직업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창업 역시 식당과 같은 기본적인 의식주에 관련된 것들이 많지 정말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그런 IT 쪽은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에 늘어난 직업이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택배 배달부 정도이다. 쇼핑을 할 상점들도 정말 제한적일뿐더러 소비할 만한 것들이 참 제한적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한국처럼 매 시즌마다 옷을 살 필요도 남의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지만, 만약에 내가 창업 같은 걸 한다고 했을 때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적거나 방법이 다양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스타트 업이 활발한 나라도 아니고.. IT나 이커머스 기술도 한국에 비하면 정말 기본적인 것들로만 비즈니스를 한다. 온라인 쇼핑도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다. 배송도 1주일 이상은 예상해야 한다.

 

# 의료, 너무나 문제가 크다.

뉴질랜드에 오려고 한국에서 짐을 싸고 온갖 병원을 다니며 마지막 정기점검을 받으면서도 나는 이제 절대 아프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정말 바보 같았다. 그게 다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목감기면 이비인후과, 배탈이 나면 내과, 여성질환이면 산부인과로 가면 되었지만 이 곳은 무조건 GP를 만나는 제도이다. GP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최근에 에스트로겐 과다를 겪으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초음파나 기타 호르몬 검진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GP는 단순히 염증 수치를 보기 위해 피검사를 하고 호르몬제를 주며 호르몬 검사까지 필요 없다고 했다. 초음파 역시도 아주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300불 이상 내야 하니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몇 달 전 배가 아프다던 아이를 GP에게 데려갔다가 맹장일 수 있다고 큰 병원에 보내어 가니 그저 바이러스성 위염이었다. 오진도 너무 많고.. 한번 의사를 만나는 비용이 영주권자나 내국인이라도 50불 전후로 싸지 않은데.. 서비스가 그만큼 만족스럽지도 않다. 돈 낭비 시간낭비를 하는 느낌이다. 실력 있는 의사들 도거의 없고.. 병원도 많지 않아서 사실 코로나가 뉴질랜드에 처음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집에서 앓다가 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했으니 말이다.

 

# 정보화시대에 느려 터진 인터넷과 뒤쳐지는 기술

한국에서 5G를 이용하다가 뉴질랜드에 오면 정말 복장 터질 것이다. 3G정도의 인터넷을 항상 써야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런데 인구도 많지 않고, 인터넷도 느리다 보니 한국에 비하면 정말 기본적인 정보통신 서비스에도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무언가 새로 개발되어야 할 동기부여가 없다고나 할까..  그런데 나라 전체적으로 이렇게 돌아가다 보면 글로벌 기준에서는 어떻게 발맞추어 나갈 수 있겠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국가에서 주는 복지에 맞추어 천천히 느리게 살면서 의존적으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 아이들 교육? 한국에서의 대안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드론 교육, 코딩 교육은 상상하기 힘들다. 대학을 IT로 선택하여 들어간다면 모를까.. 물론 유치원 및 학교 안에서의 인간 중심적인 커리큘럼은 너무나 좋다. 나와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인문학적인 부분, 도덕교육, 인성교육은 정말 최고라고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기술교육도 지금 시대에는 필수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런 면에서는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아이들의 영어는 유창하게 늘었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요즈음은 한국에도 국제학교라는 것이 있다. 캐나다 교육기관이 들어와 있달지.. 꼭 유학을 가지 않아도 유학비 정도 학비를 내면서 해외 생활비가 기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외국인의 신분이 되면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내가 잘 모르는 낯선 곳에서 정착을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도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조사를 바탕으로 생각했던 모습과 막상 실제로 살아가며 겪는 경험의 차이는 정말 컸다. 이런 민낯을 감수할 수 있다면 도전해도 좋겠지만, 역이민을 하는 사람도 많다는 통계도 한번 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기 좋고 자연환경 좋은 것은 사실이다. 어디를 사나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장단점이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나에게는 맞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이런 어려움들을 통해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고 하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라는 말이 있듯 그런 면에서는 깨닫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민에 대한 환상이 정말 위험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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