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수작업에서 찾은 페르소나, 노랑B 작가를 만나다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수작업에서 찾은 페르소나, 노랑B 작가를 만나다
  • 박준영
  • 승인 2020.07.23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강동구 양재대로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 ‘월디커피로스터스’는 6월 24일부터 7월 26일까지 약 한 달간 매장 내 개인 작가 전시회 ‘오리고 붙이고’를 진행한다. 이번 개인전을 주최한 작가는 ‘노랑B’(최현주)로 작품 20여 점을 매장 내 전시 중이다.

개인전 ‘오리고 붙이고’를 통해 전시하는 작품은 모두 콜라쥬 기법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여기서 콜라쥬 기법이란 화면에 인쇄물, 천, 쇠붙이, 나무 조각, 모래, 나뭇잎 등 여러 가지를 붙여 구성하는 회화 기법을 말한다. 때문에 작품 대부분에 마치 어린아이가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한 듯한 느낌과 순수함이 담겨있는 듯하다.

잠깐이지만 어릴 적 순수함과 동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노랑B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을까?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노랑B' 최현주 작가

어린이뉴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노랑B 최현주 작가: 20년 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이엄마 ‘노랑B' 최현주다. 학습지 그림부터 단행본 일러스트, 캐릭터디자인, 앨범재킷, 포스터, 스노보드 데크 디자인, 의류 일러스트 등 여러 가지 영역의 그림을 그렸다. 활동 기간이 길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해보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도 했다.

언제나 즐거운 그림을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동안에는 그저 열심히 일하거나 전시회를 열어도 단체전에 참여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때문에 이렇게 개인전을 열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좋은 기회가 생겨 작품을 준비하고 선보일 수 있어 뿌듯하다.

 

개인전 ‘오리고 붙이고’에 있는 그림을 보면 모두 콜라쥬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져있어 왠지 모를 동심도 느낄 수 있고 한층 더 눈길이 가는 듯하다. 예전부터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는가?

아니다. 콜라쥬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다. 사실 대학 전공이 통계학이었고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은 모두 컴퓨터를 사용한 디지털 작업으로 그렸고, 당시 그린 그림도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그림들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나지는 않았다. 

오랜 기간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수작업’으로 그린 그림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다. 사실 컴퓨터로 그린 그림은 생각한 그대로를 표현하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컴퓨터로 그린 그림은 작업 중 실수가 생겨도 작업을 뒤로 돌릴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수작업으로 그린 그림은 그렇지 않다. 실수해도 돌아가지 못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등으로 힘든 고난의 길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또 실수를 통해 생각지도 않은 좋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늘 수작업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코로나19 이슈가 생겨 집에 있는 시간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고, 이와 함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작업 시간은 점차 줄었다.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아이와 함께 놀거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지금이야말로 수작업으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개인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어떤 취지로 열게 됐는가?

출산 전에는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살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일을 점차 줄여나갔다.

사실 일을 줄이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줄어드니 그와 함께 자신감과 자존감도 떨어졌다. 그때 깨달은 건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했다는 거다.

일하지 않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임에도 빈 종이만 봐도 무서운 생각이 드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그 어떤 슬럼프가 왔어도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 이처럼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나는 생각 이상으로 힘들어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시회를 연 이유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며, 나뿐 아니라 아이도 워낙 좋아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개인전 개최 소감이 어떤가?

‘정말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뿐이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가장 좋았던 건 여러 점의 그림을 한 결로 그려봤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그간 그려온 그림들을 한 결로 그려본 적이 없었다. 전시회를 준비하며 하나의 주제, 분위기 등을 잡고 그림을 그려 20여 점을 준비했고 이를 통해 나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여러 요소가 있지만 색감이 아닐까 싶다. ‘그림을 무엇으로 색칠할 것인가’를 정하는 건 어느 작가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물감은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고 칠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재료지만, 농도부터 색 사용까지 모든 요소는 전공자가 아니면 실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주는 재료다. 더구나 이런 두려움은 나처럼 수작업을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사용한 재료는 ‘색연필’이다. 사실 색을 칠하는 ‘색연필’ 역시 종류도 색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보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색연필은 100여 색이 있다고 하는데, 다양한 색에 기대지 않고 내가 원하는 색감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72색을 사용하게 됐다.

전시작을 준비하며 색감을 중요하다 생각한 이유에는 이번 전시회가 개인전이기에 그림들의 색감에 ‘통일감’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여러 점의 그림을 전시했을 때 ‘하나의 결’을 가지고 있어야 독자 입장에서 ‘한 작가가 만든 여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작품을 칠하기 전 ‘결’을 맞추기 위한 패턴 생성, 주요 색상 선정 등의 작업을 진행하는 등 여러 준비 작업을 거쳤다.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의 '통일감'을 주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했다는 노랑B 작가. 여러 작업 중 패턴 생성을 인터뷰 중 선보이기도 했다.

본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모든 그림에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내가 그린 모든 그림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언뜻 낙서로 보이는 그림에도 한 편의 시와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셈이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그림을 통해서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지만 코멘트를 통해 그림으로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현재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처럼 그림 하나에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다 보니 그림책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도하게 됐다.

 

작품활동을 준비하는 혹은 활동 중인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을 막 시작하는 작가들이라면 ‘돈’을 생각하기보다는 ‘기회’를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계약서에 장난을 치는 등 나쁜 행동을 하는 회사도 많고 자신의 작품 값어치를 너무 떨어트리면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주어지는 돈이 너무 적다고 그 일을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내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는 셈이다.

더불어, ‘내 것이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자기 그림을 많이 그려봤으면 한다. 나 역시 그러지 못했고 이제서야 ‘내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 올해 내 나이가 44세이고, 한국은 모든 직종에서 나이가 제한요소가 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언뜻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을 그려 밥벌이가 가능한 건 극소수 작가들로 좁혀진다.

유명작가가 아니지만 계속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계속 그림을 그려 경제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 여러 가지 상황이나 육아 등 여러 고난에 흔들리지 않고 50대, 60대까지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내 그림책 만들기의 도전도 포기하지 않고 꼭 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