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T의 서재] 빌딩 말고 커뮤니티,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CRT의 서재] 빌딩 말고 커뮤니티,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 장지현
  • 승인 2020.09.18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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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 장지현 인턴기자]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는 이 곳 대한민국에서 '로컬'로 눈을 돌린 이들이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수도권 바깥에서 살아가는 이들.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이웃과 마주하고 지역과 상생하며 살아가는 길을 택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기획하고 9명의 저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서울 밖에서 답을 찾는 이들의 좌충우돌을 담고 있다. 

수도권 인구 과밀,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국토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일회성에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도시재생 사업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 이 나타나며 지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건물주의 횡포에 대한 기막힌 이야기는 백사장 모래알만큼 많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생산 주체가 공간에서 소외되고 떠밀리듯 떠나는 현실을 우리는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배수용 문화기획자)

9인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배수용은 이런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영국에서 일어난 ‘시민 자산화 운동’을 제시하며, 시흥시의 로컬 벤처 ‘빌드’를 예로 든다. 저자는 도시재생 스타트업 빌드가 시흥시 월곶마을에서 무엇에 주목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월곶은 1990년대에 월곶 포구의 바다를 매립해 만든 신도시다. 본래 관광지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포구가 망가지고 IMF로 인한 부도까지 겹치면서 슬럼화가 진행된다. 빌드는 암울해만 보이던 월곶에서 돋아날 가능성을 봤다. 토착세력이 없기에 지역 커뮤니티에 보다 쉽게 유입될 수 있다는 점, 고립된 곳이기에 지역 커뮤니티 형성이 쉽다는 점이 가능성을 극대화해주었다. 

지역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투게더키즈존으로 운영하는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로 시작해, 서점과 꽃집을 결합해 운영하던 ‘월곶동 책 한송이’, 어린이 실내 놀이공간 ‘바이아이’, 지역 식자재 유통사업의 연장선에서 쿠킹클래스와 공유주방을 제공하는 ‘월곶식탁’까지, 빌드는 성공적으로 월곶에 자리잡았다. 아니, 자리잡은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불어넣었다. 

빌드의 성공 요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서 빌드의 우영승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월곶처럼 정주 인구가 기반인 상권은 주민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으면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죠…그래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 왔어요.”

지역을 살리겠다면서도 막상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삐까뻔쩍한 건물을 세우는 게 전부인 줄 알았던 것. 그게 바로 도시재생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던 이유다. 로컬은 누구보다도 거기 사는 주민들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죽은 도시를 살린다’며 멀리서 바라보는 시혜적인 시선은 결국 정말 필요한 방법을 모색하지 못하게 만든다.

로컬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로컬의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도시재생의 가장 빠른 방법 아닐까? 사람 살기 좋은 곳에 새로운 사람도 모여들기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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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2020-09-18 18:05:30
평소에 관심있던 주제였는데 한번 사서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