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런 예능은 이제 그만…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
[취재파일] 이런 예능은 이제 그만…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
  • 장지현
  • 승인 2020.10.1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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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 장지현 기자] 유튜브 웹 예능 <가짜 사나이>가 가학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유튜브 캡처

◇ 가짜사나이의 인기 비결은?

<가짜사나이>는 유튜버 김계란이 운영하는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민간 군사전략컨설팅업체 '무사트'(MUSAT)가 합동해서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4년 MBC에서 방영한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해 이름 지은 <가짜사나이>는 최고 1,300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원작을 압도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진짜사나이>와 <가짜사나이> 외에도, 군대라는 상황을 소재로 삼은 예능은 이전에도 많았다. 1989년부터 방영한 MBC <우정의 무대>부터, 개그프로그램 '유머일번지'의 코너 <동작 그만>, 그리고 2012년 tvN의 시트콤 <푸른 거탑>까지. 군대라는 소재는 예능 프로그램 PD에게 보증수표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번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짜사나이>가 웹 예능으로서는 드물게 조회수 1천 만회를 넘기며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웹 예능으로, 기존의 방송 심의로부터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 TV 프로그램들은 아무리 리얼리티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짜여진 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진짜사나이>는 억지 감동과 조작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둘째, <가짜사나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정서에 부합한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일명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힐링 철학에 신물이 났다. 사회의 불합리성을 몸소 체득해가고 있는 이들이 <가짜사나이> 교육생들에 이입하며, 그들의 성장에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 과정을 이미 이겨낸 교관들을 흠모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셋째, 군대라는 소재는 대중에게 광범위한 흥미를 제공한다. 여성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남성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군대다. 

<가짜사나이> 2기 4화의 한 장면 ⓒ 유튜브 캡처

◇ 예능 프로그램 가학성, 언제까지

필자 또한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교육생들의 굳은 의지에 감명받기도 하면서 <가짜사나이>를 재미있게 시청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공개된 <가짜사나이> 2기 4화를 보면서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왜였을까? 훈련과는 관계 없어 보이는 폭언? 아니면 교육생들을 독려하기보다 계속해서 퇴교를 종용하는 교관들의 태도? 그로 인해 우월한 피지컬을 가진 교육생들까지 모두 퇴교시켜 버리고 말았던 것? 아니면 마지막에 남아 있던 곽윤기 선수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내뱉었던 것? 어쩌면 그 모두가 해당될 수도 있겠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의 가학성이 대중적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웹 예능이 이렇게 부상하기 전에도 방송사들은 다양한 컨셉의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해 왔다. 특히 2000년대와 2010년대는 일명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하면 떠오르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의 <무한도전>과 KBS2의 <1박2일>이다. 국민들의 전무후무한 사랑을 받았던 이들 프로그램도 가학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1박2일(위)과 무한도전(아래)의 한 장면 ⓒ KBS2, MBC

<무한도전> LA편과 100회 특집에서 정준하는 롤러코스터에서 자장면이나 스파게티, 요거트 등을 먹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1박2일>은 한결 심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놓여 있던 동전들을 몸에 붙여서 자루로 옮긴다거나, 주유비를 획득하기 위해 그만큼의 음료를 마신다거나 하는 미션이 멤버들에게 주어졌다. 이외에도 게임에서 수행한 가학적인 미션들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무한도전>에게 권고조치를, <1박2일>에게 의견제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TV 예능의 이런 관행은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시장에서 반복됐다. 그리고 2016년부터 국내 유튜브 생태계가 급성장하면서, 유튜브를 활용한 웹 예능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사들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웹 예능을 하나 둘 출시하는 추세다. 공중파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개인과 팀들도 웹 예능을 제작한다. 앞서 언급한 <가짜사나이>를 비롯한 수많은 웹 예능이 시청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나는 살아있다> 티저영상 캡처ⓒ tvN

◇ 대세는 유튜브 예능?

이제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는 TV에서 유튜브로 옮겨간 듯하다. 과거에는 유튜브 컨텐츠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따라했다면, 이제는 방송사들이 유튜브 컨텐츠의 포맷을 '카피'하기 시작했다. <가짜사나이>가 국민적 인기를 끌자 케이블 채널 tvN은 여자판 가짜사나이 <나는 살아있다>를 제작했다. 또 가짜사나이가 낳은 슈퍼스타 '이근 대위'는 수많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기도 했다. 

다만 웹 예능과 달리 TV로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 심의를 통해 어느 정도의 규제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만약 <가짜사나이>가 TV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번에 논란이 된 4화는 방통심위에 의해 권고조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런 심의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시청자들은 <가짜사나이>의 가학성과 자극성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고통을 보며 단순히 웃고 즐기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그보다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리얼리티와 참가자들의 열정, 굳은 의지를 보며 감동을 느낀 것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가짜사나이> 2기 4화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준 것이 아닐까 싶다. 

<네고왕> 유튜브 캡처 ⓒ 달라스튜디오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 문명특급

<가짜사나이> 뿐만 아니라 <네고왕>, <문명특급> 등 다양한 형태의 웹 예능이 존재한다. 이들 예능은 새롭고 건전한 재미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수요에 부합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네고왕>은 방송인 광희의 '솔직하지만 무례하지 않은 캐릭터'를 활용해 실제 기업들의 할인 행사를 주도하는 등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명특급>은 게스트를 누구보다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연반인'(연예인+일반인) 재재를 앞세워 점차 대중에게 알려지며,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웹예능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송사들은 <가짜사나이>가 최근 겪은 논란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웹 예능은 단순히 자극적이어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다.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모든 방송사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관행은 더 이상 시청자들의 욕망에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수요에 발맞춰 다양하고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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