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덮죽 프랜차이즈 논란, 상표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다
[취재파일] 덮죽 프랜차이즈 논란, 상표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다
  • 장지현
  • 승인 2020.10.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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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 장지현 기자]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호소문 하나가 올라왔다.

 

 

호소문의 주인공은 지난 7월 SBS 예능프로그램<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자영업자였다. 포항에서 '덮죽'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골목식당> 방영 당시 <시소덮죽>(시금치+소고기)과 <소문덮죽>(소라+돌문어) 등 독자적인 메뉴 개발로 백종원 셰프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덮죽'이란 죽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새로운 맛을 낸 요리다. 

그런데 이달 초 서울 강남에 '덮죽덮죽'이라는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덮죽’을 상표명으로 등록하고 가맹점을 모집한 것이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에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또다른 업체가 등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업체가 일명 '상표 브로커'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SBS

 

상표 브로커, 그들은 누구인가

'상표 브로커'라니? 상표가 주식이나 마약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일까. 상표 브로커란 조금 뜬다 싶은 상표를 선점해 출원한 후, 상표의 실사용자에게 상표권을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업자를 뜻한다. 실사용자가 상표권을 구매하기를 거부하면 사용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해 성실히 장사하다가 난데없이 벼락맞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까지 사용해왔던 상표권을 바꾼다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작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지불하고 상표권을 사곤 한다.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상표 브로커. 그들에게 피해를 입기 전까지는 상표권 문제가 이렇게 중요할 줄 보통은 모른다.

그런데 이놈의 상표권,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걸까? 특허권과 상표권은 또 어떻게 다를까?

 

상표권과 특허권, 무엇이 다를까

특허권은 산업재산권의 일종으로, '아이디어의 창작물'을 일정 기간 독점적∙배타적으로 소유 또는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만약 자신만의 메뉴를 특허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그 레시피를 모두가 볼 수 있는 특허청 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일정 기간 동안은 권리를 독점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누구나 레시피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특허를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코카콜라가 바로 그런 경우다. 

상표권은 생산자 또는 상인이 상표를 지정상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상표권의 경우, 특허권과 달리 '실 사용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허청에서 실 사용 여부를 판단하여 상표권 심사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경우처럼 다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먼저 출원한 자가 상표권을 받기에 유리하다. 이번 덮죽 사건에서는 특허청이 선출원주의와 실 사용 여부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그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덮죽 논란의 쟁점은?

이번 덮죽 프랜차이즈 논란의 쟁점은 크게 상표 분쟁과 메뉴 분쟁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여론전에서는 포항의 원조 덮죽집이 승리하며 결국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의 철수를 이끌어냈지만, 상표권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상표를 먼저 등록한 이가 상표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는 데다가,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은 결국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이름으로 출원된 ‘덮죽덮죽’ 상표권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메뉴 표절의 경우 저작권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왜냐하면 레시피는 창작물의 결과가 아니라 창작 전 '아이디어'의 단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외식업계에서는 특정 아이템이 조금만 유명해지면 순식간에 해당 아이템을 베끼는 관행이 반복되어 왔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출처의 혼동을 주었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상호명을 베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나뉜다. 덮죽의 경우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이기에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는 없고, 상호명을 베낀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국 덮죽 집 사장님의 권리가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제2의 덮죽 사건 안 나올까

불완전한 제도와 일부 업자들의 몰양심적인 행태에 독창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가게를 살리려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2의 덮죽 사건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덮죽 같이 메뉴에 대한 분쟁의 경우, 법적인 보호가 어렵기에 분쟁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외식업계에서는 메뉴 베끼기 관행이 반복되는 추세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른바 '1+1 제도'를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가맹사업본부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가맹본부가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1개 이상의 직영점을 운영해 사업모델을 검증해야만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운영 노하우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체가 가맹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상표권 도용을 겨냥한 법안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News1 제공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다. 실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표권이라는 제도를 악용해 남의 등에 칼을 꽂는 이들에게 고한다. 당신의 행동은 법을 어기지 않을지는 몰라도, 상도의를 짓밟는 일이다. 양심적이고 정직한 상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있는 한, 아이디어 도둑이 발붙일 자리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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