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뉴스Y] '급식 파업'의 화두, DC형과 DB형이 뭐길래?
[궁금한 뉴스Y] '급식 파업'의 화두, DC형과 DB형이 뭐길래?
  • 장지현
  • 승인 2020.11.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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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 장지현 기자] 서울시 국공립 유치원∙초∙중∙고의 급식 조리사 및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9일과 20일 양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약 6백여 명, 당초 학비연대가 예고한 2천여 명에 비해 참여율이 저조해 학교 현장의 차질은 심하지 않았다.

 

이들은 왜 '급식 파업'에 나섰나?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서울학비연대)는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학비연대는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 전국여성노조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 서울일반노조 등이 참여한 단체로, 돌봄 전담사와 급식조리사∙영양사 등 1만 1,000여 명의 서울지역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해 있다.

이들은 올해 3월부터 서울시교육청과 협의체를 구성해, 퇴직연금 산정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러나 결국 교육청과의 합의는 결렬됐고 파업까지 감행하게 되었다. 이들은 현재 조합원 78%가 가입되어 있는 DC형 퇴직연금을 인원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DB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퇴직연금 유형에 대한 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 학비연대 측의 주장이다. 학비노조 서울지부는 '각종 언론에서도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의 피해사례를 이야기하며 노동자들에게는 DB형(확정급여형)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어느 지역도 서울만큼 DC형의 비율이 높은 곳이 없다. 퇴직연금제도 개선만큼은 더 미룰 수 없다. 올해 꼭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월 내린 집계에 따르면 서울시 학교 교육공무직의 77.5%가 퇴직연금 DC형에 가입되어 있어 전국의 시∙도 교육청에서 DC형 가입 비율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경상북도교육청(30.3%)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경기도의 경우 100% DB형으로, 이재정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학교별로 DB형 전환 요구가 들어올 경우 예산을 편성해 전환을 진행하기도 했다.

 

DC와 DB의 차이점은?

이번 파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퇴직연금 제도는 기존 퇴직금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것으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 재원을 외부의 금융 회사에 적립하고, 금융회사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 적립금을 일시금 혹은 연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내후년부터는 모든 기업이 하나 이상의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된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져 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퇴직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다.

퇴직연금은 지급 방식에 따라 크게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s, DB형),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의 3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이번 파업의 화두는 DB형과 DC형이다.

① 확정급여형(DB형)

먼저 급식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DB형은 퇴직연금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흔히 알고 있는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산정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 연수를 곱해서 급여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또 근로자 본인이 아닌 사용자측에서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손실이 발생해도 사용자가 책임지고, 수익이 발생해도 사용자 측에 귀속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금 손익에 상관없이 확정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② 확정기여형(DC형)

현재 급식노동자 대부분이 가입되어 있는 확정기여형(DC형)의 경우 급여액 산정 방식이 조금 다르다. 퇴직 전 3개월의 평균 임금이 아닌, 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급여액이 산정된다. 또한 자금 운용의 책임이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에게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근로자 자신의 자금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 후 급여액이 달라질 수 있다. DB형에 비해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자금을 직접 관리하며 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또 중도 인출이 불가능한 DB형과 달리 사유가 있으면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 고용노동부 제공

 

서울시 급식노동자들은 왜 DB를 요구할까?

제도에 대한 설명만 놓고 보면 DB형과 DC형 모두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시 급식노동자들은 현재 DC형에 가입되어 있는 모두에게 DB형 전환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DC형을 잘 운용해서 고수익을 내면 될 텐데, 왜 굳이 파업까지 해가면서 DB형 전환을 요구하는 것일까?

① 설명 없이 주어진 퇴직연금

먼저 학비연대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퇴직연금 형태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는 퇴직연금 제도와 유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두 개 이상의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 미화, 당직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퇴직연금제도를 일방적으로 DC형으로 정해버렸다는 것이 서울학비연대의 설명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의 서선홍 씨는 결의대회에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DC형으로 가입되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② 교육공무직에게 불리한 DC형의 산정법

먼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의 경우 고용 형태가 무기계약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무기계약직은 처우나 복지 수준은 정규직에 못 미치지만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비교적 근속 연수가 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채용 초기의 임금과 퇴직 전 3개월 임금이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많아, 퇴직 전 3개월 임금과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액이 결정되는 DB형이 아닌 DC형을 선택할 경우 퇴직연금 금액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DC형의 경우 직접 운용하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연금 자금이라는 특성 상 투자 상품이 한정적이어서 평균 수익률은 예적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DC형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1.69%로,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수수료(평균 0.48%)를 빼면 6월 기준 국내 평균 정기적금 금리인 연 1.23%보다 낮다. 게다가 연간 평균 급여의 12분의1이라는 금액을 산정하는 DC형의 산정방식은 1년에 9개월만 일하고 9개월 분의 급여만 받는 교육공무직의 업무환경 특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 서울 학비연대 측의 지적이다.

③ 단체 협약 안 지키는 교육청

서울 학비연대는 오랫동안 서울시교육청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후생활을 위한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서울시교육청과 학비연대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체결, 인원과 규모에 상관없이 DC형을 DB형으로 전환하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봤다. 그리고 올해 3월에 협의체를 만들어 9월까지 6개월 기간을 두고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10월까지 기간을 연장했지만, 교육청 측이 예산 문제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노사 협상은 왜 결렬됐을까?

서울 학비연대 측은 조합원 중 약 78%가 가입한 DC형 퇴직연금을 DB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DB형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 퇴직 시의 높아진 임금을 기준으로 안정적으로 퇴직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상대적으로 임금 인상이 빠른 교육공무직에 DB형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근 4년간 교육공무직 임금인상률인 3.98%을 반영해 추산하면, 향후 20년 간 약 9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 학비연대 관계자는 “약 4%의 임금인상률은 최근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수치”라며 “현실적으로 2~2.5% 인상률을 가정하면 추가 재정 부담은 7100억~7800억원 규모”라고 반박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 DC형과 DB형을 50%씩 적용하는 방안 ▲ 재직자는 단계적으로 DB로 전환하고 신규 입사자는 DC형으로 가입하는 방안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나, 서울 학비연대는 이에 대해 “(신규 입사자 DC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차별을 조장하는 안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서울 학비연대 측에서는 ▲ 신규 입사자의 퇴직연금을 5년 뒤 DB형으로 전환하고, 적립방식 또한 현행 '연간임금총액 12분의 1'에서 교육공무직이 실제로 근무하는 개월 수를 반영해 '9.5분의 1'로 개선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시 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은?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체 급식조리사와 돌봄 전담사 1만6530명 가운데 3.8%인 626명만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급식을 중단한 학교는 36곳이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또 파업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파업 참여율이 크지 않아 일명 '급식 대란'은 피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하필 이런 시기에…”, “아이들 밥을 볼모로 협박하냐” 등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의 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지난 6일 실시한 총파업에 이어 13일만에 급식 파업이 감행되자,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파업을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하나를 들어주니 열을 바라고 매년 학생들을 볼모로 파업한다”며 “교육공무직 연금 DB 전환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11월 20일 오늘 기준 10,482명이 참여해 최다 추천 청원에 올라갔다.

한편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파업 첫날인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내 파업을 막기 위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필수공익사업은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그 업무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을 가리킨다. 철도사업, 항공운수사업, 수도사업, 병원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파업을 진행하더라도 지정된 필수업무는 유지해야 하고, 파업 기간 중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 또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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